책소개

<해저드가 남긴 유산과 여섯 명의 관계자들!>

신을 능가 하는 능력을 지녔던 인간 마법사, 해저드.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물건을 드래곤의 왕에게 맡긴 채 소멸의 길을 택한다. 그 후로 수 천 년의 시간이 지나고 드래곤의 왕 앞으로 나타난 여섯 명의 관계자들은 해저드가 그려 놓은 예고 대로 거미줄 처럼 엮이는데…….

[본문 발췌]

“네까짓 게 어떻게 보상할 건데? 망해버린 아미란테 왕국의 떨거지 주제에! 발칸왕립학교 출신들은 아데라의 군대에 죄다 전멸했다며? 그딴 쓰레기들이 왕국의 실력자들이라고? 너희 왕국 수준 알만하다.”
위니의 비아냥거림에 화가 난 하마르는 점점 커져가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잠든 선원들이 깰 것이란 생각도 뒷전으로 넘겨두고 소리를 질렀다.
“전멸 아니거든요? 아샤 형님의 친구인 윈데르크 형님이 발칸왕립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발칸부대를 만들었다는 소식 못 들으셨어요? 100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2천의 아데라 군대를 전멸시킨 게 윈데르크 형님의 발칸부대라고요!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일이지! 애초에 그런 실력이 있으면 아미란테 왕국이 왜 망하니? 제 실력으로 안 되니까 지금은 엘라로즈에 빌붙어 있으면서!”
“그러는 당신은 할 줄 아는 게 뭔데요? 이렇게 떽떽 거리면서 떼쓰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아, 비아냥거리는 거? 그거야말로 이 상단 사람들의 특기긴 하죠. 그렇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해요! 당신처럼 못된 심보가지고 자기 욕심대로 안 된다고 심통 부리는 게 아니니까!”
“심통? 너 심통이라고 그랬어? 내가 심통 부리는 걸로 보여, 이 멍청아!”
“저 멍청이 아니거든요! 10살에 4대륙 언어에 통달하고 12살에 페스트라 이론에 반하는 대륙 이동으로 인한 종족 분포도와 정령계의 시간과 공간의 구조적 변화 이론에 대해 저술한 제가 왜 멍청이 입니까? 제 천재성은 아롭스 대륙 제일의 현자, 카이리 웨이님이 확실히 답변해 주실 수 있다고요! 제가 멍청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정확한 인적, 물적, 상황적 근거를 가지고 말씀해보시죠!”
눈에 독을 품고 외치면서도 하는 족족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는 말만 내뱉는 하마르를 노려보며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위니는 참패를 맛보았다. 분명 저 하마르란 놈을 바닷물에 던지면 입만 동동 떠다닐 것이다. 분함으로 얼굴을 붉히고는 제 화를 못 이긴 듯 온 몸을 부들거리며 떠는 위니를 보자 하마르는 쾌감을 느꼈다. 자신의 승리를 아샤든 루디에게든 알리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싸늘한 기운을 느끼며 하마르가 뒤를 돌자 사신보다 더 어둡고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으로 위니와 자신을 바라보는 헤이든이 있었다.

- 1. 존재의 의미 ‘드러나지 않은 존재’ 中

“찾아온 인간이 있긴 한데 여섯 명이라잖아. 어떤 놈에게 줘야 될지 알게 뭐냐면서 내친 김에 세상 여행 좀 하다가 마음에 드는 놈에게 주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말려? 너희 같으면 오천 년 동안 갇혀 살다가 이제야 기다리던 놈이 나타나나 했는데 명쾌하게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면 어떨 거 같으냐? 나 같더라도 도망부터 가겠다.”
또 다시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에 제마란트라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니까 홉 아나워크의 말은 어떤 인간일지 몰라서 주지도 않고 냅다 튀었다는 거잖아요?”
“제 딴에는 세계의 모든 것은 필요한 자에게 가게 된다는 해저드의 말을 내세우며 자기 합리화를 하던데 너희라면 그 말을 믿겠냐? 그냥 귀찮으니까 튄 거지.”
웃으며 말하는 홉 투와트를 보며 제마란트라는 앞에 선 자가 세계 최강의 생물체라 불리는 드래곤이 아니라면 목 졸라 죽여 버리고 싶었다. 당장 본인들 목숨이 위험한데도 마지막 희망이 날아간 일을 태연하게 말하다니. 정말이지, 드래곤이라는 것들은 가진 힘에 비해 뇌의 용량은 개미 콧구멍만큼도 사용하지 않는 게 틀림없다.

- 2. 관계의 증명 ‘회합’ 中

“그래서 저와 닮은 사람이 누구죠?”
루디의 물음에 일리야는 몸을 움찔거렸다. 처음 시장에서 목격한 은색 머리카락과 회청색 눈동자만으로 그녀를 떠올렸었다. 가만히 앞에서 바라보니 생각보다도 더 그녀와 닮아있는 모습에 일리야는 심장을 손으로 쥐어짜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왼쪽 가슴 위로 손을 올리고 이를 악무는 남자를 보며 루디는 충격을 받았다. 설마 저 남자도 심장이 왼쪽에 있는 것일까.
“대체 당신 누구야.”
루디는 등줄기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린 사람이 수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루디는 그 눈동자를 알 것 같은 느낌에 손을 올려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려했지만 놀란 남자가 루디의 손을 쳐내고는 위쪽의 나뭇가지 위로 올라탔다.
“당신과 저 여자. 아미란테로 향하는 군. 둘 다 아미란테 출신인가?”
“제 질문에 먼저 대답을 하시죠.”
루디가 이를 갈듯이 묻자 일리야는 피식 웃음 지었다.
“재미있군. 당신 노바 가문 사람이지? 그렇다면 저 여자는 아미란테 왕국의 공주?”
일리야의 물음에 표정을 숨기지 못한 루디가 얼어붙자 알겠다는 듯 일리야가 돌아섰다.

- 3. 가리어진 달 ‘수상한 남자’ 中

저자소개

목차

표지 

판권 

목차

지도

1. 존재의 의미

사막의 왕자
운명의 수레 바퀴
드러나지 않은 존재
비밀 : 지켜야 할 것

2. 관계의 증명

두 개의 그릇
회합
관계의 증명

3. 가리어진 달

수상한 남자
과거의 사슬
돌림 노래꾼
가리어진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