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대체 왜 나를 죽이려는 거야.>

어느 숲속, 길을 찾아 헤매던 이사벨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서 살기를 느낀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누구인지 잊어버린 그녀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단지 그녀는 숲을 빠져나가 행복하게 살고 싶은 생각뿐이다.
한편 그녀를 쫓고 있는 에밀은 그녀를 죽여야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고 그녀에게 손을 뻗는데….

[본문 발췌]

숲은 고요하다. 숲의 적막은 기억을 덮는 장막이 되어 사람들의 모든 기억을 감추어버린다. 오직 단 한 가지, 숲에 발을 들이기 전에 되뇌던 기억만을 남겨둔 채. 그리고 그 기억은 숲의 신비함도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해진다.
숲 깊숙이 들어온 에밀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는 발목을 덮는 옅은 갈색의 면바지, 그리고 흰색의 긴 셔츠를 입고 있다. 그의 모습은 아주 단정하다. 그는 생각한다.
‘이곳은 대체 어디지?’
그는 혼란스러워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기억이 있다.
‘이사벨을 죽여야 한다.’

- ‘그 숲, 통각과 망각이 우거지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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